칼럼

고대병원 청소노동자 인력충원 촉구 기자회견

신희철0 2013. 2. 19. 23:20

 

 

고대병원 청소노동자 인력충원과 정시출퇴근을 위한 투쟁돌입 기자회견이 어제 오전 11시, 안암병원 앞에서 있었습니다. 새벽 4시 54분 출근, 하루 1명이 백kg이상 쓰레기 청소,방 20여개와 변기 10여개 청소,이렇다 할 물품창고와 휴게실 미제공,작업복 세탁책임 전가,부당업무 요구... 고려대병원 청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입니다. 시정이 절실합니다.

 

* 기자회견 전문: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 청소노동자에겐 가장 위험한 고대병원!
고대병원은 청소노동자 인력충원 즉각 실시하라!


 

우리 고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새벽 4-5시부터 고대병원을 청소했다. 매일 100kg이 넘는 쓰레기를 모아 버리고, 20개의 방과 10여개의 화장실 변기를 청소했다. 환자들의 배설물과 의료폐기물을 직접 만지는 우리에게는 고무장갑 1켤레, 면장갑 1켤레 뿐 어떤 안전장비도 없었다. 온갖 배설물과 의료폐기물에 그대로 노출된 작업복은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세탁해야 했다. 한번씩은 정체모를 주사침에 찔렸고, 눈코뜰새 없이 바쁠 때는 흐르는 피만 닦아내고 청소했다.

 

고대병원은 병원 수익을 늘리기 위해 창고, 복도를 병실, 진찰실로 바꿔왔다. 청소할 곳은 늘어나는데 청소할 사람은 그대로였다. 청소물품도 둘 곳 없어 더부살이하면서 우리는 두 사람 몫의 청소를 했다. 쓰레기 반출차량과 환자들의 아침 밥차가 부딪치지 않도록 새벽마다 땀에 흠뻑 젖어가며 눈코뜰새 없이 일했다. 그것도 모자라 고대병원은 더 많은 곳을, 더 많은 청소를 하도록 내몰았다.

 

더 이상 이렇게 일할 수 없어 우리는 인력충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고대병원은 ‘무료봉사하러 온 거 아니다’며 비아냥댔다. 우리가 고대병원에서 하는 선전전은 ‘불법, 업무방해’라고 협박하며 한명 한명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우리의 실태를 알리는 선전물을 여지 없이 뜯어냈다. 군소리 없이 매일 새벽 무료노동을 할 때는 ‘우리 식구’라고 했던 병원이다.

 

고대병원은 불법이라고 하지만, 그 선전전을 보고 수많은 의사, 간호사들이 ‘그렇게 일하시는 줄 몰랐다’며 미안해했다. 많은 환자, 보호자분들은 ‘어떻게 대학병원에서 이렇게 할 수 있냐’며 놀라워하고 있다. 지금 청소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막고 있는 것은 고대병원 뿐이다.

 

고대병원은 ‘JCI인증으로 세계가 인정한 가장 안전한 병원’이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고대병원은 안전의 기본인 청결을 청소노동자에게 떠넘겨왔다. 고대병원은 새로 생긴 VIP라운지에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깨끗한 청소는 VIP만 아니라 모든 환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매일 고대병원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병원은 안전한 병원이 아니다.

 

고대병원도 이제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인력충원부터 해결해야 한다. 인력충원으로 청소노동자에게도 안전한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 인력충원은 청소노동자도 사람답게 일하기 위한 요구다. 고대병원의 모든 노동자, 환자, 보호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요구다.

 

오늘 고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정시출퇴근 투쟁에 돌입한다. 한번도 지켜보지 못한 새벽 6시 정시 출근을 시작한다. 4개월간의 교섭에도 묵묵부답인 고대병원의 대답을 듣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청소노동자에게도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우리는 청소노동자에게도 안전한 병원, 청소노동자도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인력충원을 쟁취할 때까지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2013년 2월 18일

고대병원 청소노동자 정시출퇴근 투쟁 돌입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