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중의소리]에 실린 나

신희철0 2010. 3. 15. 18:37

"노점상에서 공부방, 그리고 기본소득 운동으로"

[칭찬합시다] 신희철 사회당 서울시당 사무국장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철거투쟁에서 노점운동, 빈민촌 공부방 교사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젠 본격적으로 기본소득 운동을 전개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신희철(34) 사회당 서울시당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지난주 <민중의소리-칭찬합시다>와 만났던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씨는 희철 씨를 두고 "빈민운동을 현장이 바뀌면서 여러 어려운 과정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묵묵히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는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현재 서울 성북구 안암 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파랑새 인;연맺기 학교'라는 한 작은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 수는 20명 남짓. 공부방을 차린지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초창기 재정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적도 수차례 있었고, 후원인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사회당 서울시당 신희철 사무국장

의 4번째 '칭찬합시다' 주인공으로 만난 신희철 사회당 서울시당 사무국장. 그는 현재 성북구 안암초등학교 인근에서 파랑새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처음에 어떻게 꾸려가야 할 지 정말 막막했어요. 충동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준비가 많이 부족했죠. 그래도 노점상인들과 쪽방촌 주민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그분들이 없었다면 사실 초반에 나가떨어졌을 지도 몰라요."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대학생들도 늘었고, 지역에 이름이 알려진 탓에 후원 규모도 커졌다. 재정적으로는 흑자까지 낸다고 했다. 희철 씨는 "초창기 전노련(전국노점상총연합)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희철 씨는 노점상인들과의 인연이 깊다.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뛰어든 운동판이 노점운동이었기 때문이다.

희철 씨는 2003년부터 전노련에서 정책국장 등을 맡으며 활동해왔다. 대학시절 그는 철거지역에서 빈민운동을 했었고, 유난히 주변에는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 중에는 집도, 장사자리도 잃어 길바닥에 나앉은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그는 정 든 노점상인들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일이 절박하다고 생각했다.

전노련에서 실무자로 일하던 희철 씨는 주로 성명서를 쓰는 일을 담당했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이 글에 깊이 스며들지 않았기 때문인지 호소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과 단순한 실무자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많다고 생각해 당사자 입장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에 절박함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당연히 저는 노점상인이 아니니깐 그럴 수밖에 없죠. 그냥 단순한 활동가로서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무작정 노점상을 직접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서 몇몇이 만류하긴 했지만 그냥 밀고 나갔죠."

사회당 서울시당 신희철 사무국장

의 4번째 '칭찬합시다' 주인공으로 만난 신희철 사회당 서울시당 사무국장. 그는 현재 성북구 안암초등학교 인근에서 파랑새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그는 지난해 2월 성신여대 근처에서 노점상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원래 운영하고 있던 공부방 사정이 악화돼 금방 그만두긴 했지만 그때 희철 씨는 '노점상 정착의 불안정성', '구청.용역 등 외부 압력' 등으로 인한 노점상인들의 고통을 몸소 느꼈다.

다시 공부방 교사로 돌아온 그는 공부방 안정화에 힘을 쏟았다. 처음에는 초등학생만 있었지만 이젠 중고등학생도 함께 어우러져 공부를 한다. 다른 학원들과 공부방식은 크게 다르다. 독서시간도 따로 있고, 현장학습도 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충북 청원으로 여름캠프를 다녀오기도 했다.

공부방은 교사들 간의 관계도 자율적이다. 교사들 스스로 교사대표를 선출하고, 교사회의도 진행한다. 학부모 모임도 따로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재정 결산도 하고, 그해 중요한 사업 방향도 결정한다.

여러가지로 공부방을 안정화시키는 일이 일단락됐다고 생각한 그는 올해 사회당 서울시당에서 상근하며 기본소득 운동을 알리는 데 역량을 모아보겠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회당은 여러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어요. 중앙정치적 측면에서도 많이 소외돼 있고,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에는 기본소득 운동이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안에 사회당이 지향하는 것들이 잘 녹아 있고, 기본소득 운동이 중앙정치권 진입의 돌파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기본소득(Basic Income)은 정부가 어떠한 수급 자격이나 요구 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정기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전체 사회 구성원에게 지급되며, 최저생계비 이상 수준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연령이 높아질 수록 지급액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희철 씨는 지역에서 이 같은 운동이 풀뿌리 형태로 진행이 돼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올해 그가 서울지역에서 기본소득 운동이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주위에서는 그를 두고 '아무도 고집을 꺾을 수 없다'고 말한다고 한다.

"제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이 만류를 해도 그냥 밀어붙였어요. 노점상을 직접 할 때도 사람들이 '너는 장사 못해', '니가 어떻게 하냐'는 말들을 했었는데 결국 나중에는 모두 지원을 아끼지 않더라구요. 고집만 부리는 게 장점은 아니지만 이왕 하기로 한 거 딴 것 안 돌아보고 열심히 할랍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초등학생과 대학생 교사들이 하나 둘씩 교실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서둘러 그에게 누군가를 칭찬해달라고 했다. 희철 씨는 혜화초등학교 교사(전교조)인 김한민 씨를 칭찬했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