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고모가 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셨다. 고모부가 돌아가시자 세 남매를 키우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언젠가 할아버지 앞에서 서럽게 우시던 적이 있다. "왜 나는 초등학교도 보내주지 않았어요.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들게 사는데..." 시골에서 일곱 남매를 키워야 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둘째 고모를 초등학교에 보내지 못하셨다. 할아버지는 우시는 고모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셨다. 어렸을 때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좋은 대학교'에 가겠다고 친구들 교재 빌려서 밤새 외운 것도 그 아픔을 내가 겪지는 않길 바랐기 떄문이기도 했다.
대학교 청소노동자의 인권이 화두가 되고 있다. 몇년 전부터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하고 대학생, 교직원들이 연대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 곳이 늘고 있다.
그런데 어제 8일 오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있어난 사건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고려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자 병원 직원 14명이 몰려나와 “여기는 병원 땅이니 정문 밖으로 나가서 하라”며 막아섰다. “당신들 안방에서 이런 일을 하면 좋겠느냐”, “밥을 사 먹으면 되지 굳이 누가 거기서 먹으라고 했느냐”며 청소노동자들이 밥을 먹는 전기배선실이나 배수관이 지나는 공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자 정문 밖으로 들어냈다.
‘최고를 지향하는 인간 중심의 참병원’이라는 고려대병원에게 청소노동자들은 '남', 아니면 '인간 이하'일 뿐인가 보다.
화장실에서, 전기배선실에서, 배수관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가난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책임을 청소노동자에게 마냥 떠넘길 것인가?/사회당 성북구당원모임 책임자 신희철
(사진: 프로메테우스 박종주 기자)
(사진: 프로메테우스 박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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