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이동 재건마을 화재, 그후..."

신희철0 2011. 10. 10. 12:02

포이동 판자촌 재건마을 화재, 그후...

 

 


지난 6월 12일 화마가 휩쓸고간 포이동 재건마을과 아이들의 현재 상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 현재 상황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군사정부와 서울시, 강남구청이 도시빈민을 강제이주 시켜 조성한 강남구 포이동 재건마을(개포동1266번지)에 대해 여전히 책임당국은 강제이주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화재 이후 임대주택 이주가 근본적인 주거대책인 것 처럼 왜곡하고 있습니다. 강남구청이 6월 중순에 이러한 대책을 발표한 이후 화재 발생 117일이 되고 있는 현재(10월 7일)까지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가구가 세가구도 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강제이주와 인권유린, 토지변상금과 재산압류, 인근 주민들과의 차별과 멸시에도 불구하고 가족, 이웃과 함께 살아온 마을 공동체를 보존하는 대안이 주민 요구이지만 주민들을 내쫓고 시유지를 고급빌라촌으로 개발하려는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꼼수가 사실상 실패한 것입니다.(오세훈 전 시장은 사임하기 전 마을 및 인근 부지를 고급빌라촌으로 지정하는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했습니다.)

결국 강남구청은 추석을 전후로 현자리 인정방안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옆 시유지를 임시주택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가 시장이 사임하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반대운동에 나서자, 재건마을 부지 중 화재 현장의 절반을 구청에서 주차장으로 사용하도록 주민들이 양보하면 나머지 부지에 대한 주거복구를 사실상 인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결국 이 약속을 파기하고 구청이 주차장으로 쓰겠다고 한 곳에 이미 복구했던 집들을 마을 공터로 주민들이 옮겨 짓자 이를 불허한다며 9월 29일 새벽 4시경, 포크레인과 용역깡패들을 투입하여 7채를 강제 철거하고 도망갔습니다. 8월 12일 새벽 기습철거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이번에 철거된 집 7채 중 4채는 마을 아이들과 가족이 살게 될 집이었습니다. 마을의 아동, 청소년 17명 중 10명이 화재로 집을 잃었고 마을회관 2층과 3층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마을 사이렌이 울리고 포크레인이 집을 부수고 폭행당하시던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울부짖는 모습을 모두 목격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8월 12일 기습 철거도 목격했던 친구들입니다. 이날 이 친구들은 중간고사 시험을 보러 가야했던 고등학생들을 제외하고 등교를 포기했습니다. 아침까지 울다가 지쳐서 잠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오후에 다시 기력을 회복하고 공부방 쌤들과 웃으며 뛰어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들 마음에 어떤 상처가 남았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공부방 <파랑새인;연맺기학교>에 다녔던 한 용산5구역 철거민 자녀(초등학생 형제)들의 사례가 생각납니다. 삼선동에 있는 임대아파트로 입주하게 되었지만 미술치료를 하고 아이들 엄마도,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집을 그리는데 어느 누구도 철거하거나 가족을 뿔뿔이 흩어놓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꽁꽁 묶은 집을 그렸더군요. 사람을 그리는데 팔과 다리가 없는 사람을 그렸습니다. 엄마와 함께 천막생활하면서 함께 투쟁했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지만 자존감은 크게 상실해 있는 상황이 미술치료를 통해 확인된 것입니다.(지금은 학교 야구부 활동을 하면서 많이 나아졌습니다.) 포이동 재건마을 아이들도 마음 속에 이런 상처가 남았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주민들과 아이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강제철거나 퇴거가 없는, 평화의 세상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민들은 오늘도 화재와 철거 현장에 다시 집을 복구하고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포이동주거복구 후원모금: (국민은행) 767401-01-276083(조철순.포이동...)

* 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 홈피: http://club.cyworld.com/poi-aza  

* 사진: 프로메테우스 박종주 기자

 - 포이동주거복구공대위 상황실장 신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