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패한 자율고, 대혼란

신희철0 2010. 12. 20. 07:45

 

 

 

실패한 자율고 정책으로 대혼란이 일고 있다.

추가모집에도 불구하고 정원에 대거 미달한 용문고를 필두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용문고는 자율고 취소 요청 및 불허, 긴급 학부모 설명회 개최 등의 내홍을 겪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쟁점이 너무 어긋나 있어 기존 자율형사립고에 이어 자율형사립고로 이어진 문제가 재생산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현재 '대책없이 확대한 자율고 지정'에만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아래 중앙일보 관련 기사도 마찬가지다. 초기 조중동이 너도나도 자율고 찬양 기사를 보도할 때는 언제고 지금 이를 실패한 자율고 정책으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차별화 경쟁 교육전략을 어떻게든 유지하면서 비판의 초점을 흐리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자립형 사립고에 이어 과도한 입시고등학교, 귀족고등학교라는 우려가 제기되어온 자율형 사립고 정책 자체에 대한 성찰 없이 단지 무리한 확대 정책에만 초점이 모아진다면 아래 기사에도 나온 것 처럼 다음 해에 더 학생을 유치할 목적으로 입시 및 시험 성적 경쟁을 부추겨 학교 교육 및 지역사회를 파행으로 몰고 갈 것 같아 걱정이다. 

“어느 학교가 더 잘 가르치는지 보여줄 것”이라는 말이 가져올 결과가 어떨지 걱정된다.

발 빼는 교과부, 말 바꾼 교육청 … ‘실패한 자율고’ 대혼란

[중앙일보] 입력 2010.12.20 03:04 / 수정 2010.12.20 03:04

긴급 학부모설명회 연 용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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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용문고 강당에서 긴급 학부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용문고로부터 자율고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이미 신입생 모집 절차가 완료돼 합격자가 정해진 상황에서는 수용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강정현 기자]

19일 오후 3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용문고. 이 학교의 자율형사립고(자율고) 1기 신입생 모집에 지원해 합격 통지를 받은 중3 학생과 학부모 300여 명이 어두운 표정으로 본관 3층 강당에 들어섰다. 전날 학교 측으로부터 “대규모 미달 사태에 대해 설명 드리겠다”는 긴급 연락을 받은 이들이다. 용문고는 17일 끝난 추가모집 지원자까지 합쳐도 모집정원(455명)의 37%(168명)밖에 채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까지 학교와 재단(용문학원) 측은 ‘자율고 운영을 포기하고 일반고로 돌아가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손자가 용문고에 지원했다는 박모(68)씨는 “일반고로 전환하면 (학교를)가만두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날 용문고 김유식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자율고로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율고 취소 신청을 받아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일부 학부모들이 “반쪽짜리 자율고에 애들을 맡길 수 없다” “학생 수가 적어 내신이 너무 불리하다”며 반발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자율고 정책 실패의 후폭풍이 거세다. 추가모집 결과(17일) 또다시 학생들을 채우지 못한 자율고들은 후기 일반계고 모집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19일 혼란의 ‘휴일’을 보냈다. 용문고는 일반고 복귀 입장을 자율고 유지로 번복했고, 64%가 미달된 동양고 등 일부 학교는 ‘초미니 자율고’ 출범을 걱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 장관 등 교과부가 정원미달 사태에 대한 책임을 학교 측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17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1년 업무계획에서 “정원이 미달된 자율고는 지정 유예나 취소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용문고는 서울시교육청에 일반고 복귀 의사를 전했다. 시교육청도 19일 오전까지는 “학교가 (취소를)신청하면 받아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시교육청은 “올해는 지정 취소를 할 수 없다”고 학교에 통보했다. 용석홍 학교지원과 서기관은 “검토 결과 20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후기 일반계고에 지원할 중 3들에게 용문고를 포함해 다시 학교를 선택하라고 할 수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용문고 관계자는 “자율고를 과잉 공급한 정책 때문에 애꿎게 정원이 미달됐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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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이 거세지자 교과부는 “자율고 지정·취소권은 교육감 권한”이라며 발을 빼는 양상이다. 교과부 이준순 학교지원국장은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은 교육감이 (자율고)지정 취소를 결정하면 교과부와 협의해 추진한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학부모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김 교장 등 용문고 교사들이 “최선을 다하겠다. 함께 해보자”는 말을 반복했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명문고로 키우겠다는 말을 믿고 지원했는데 기대가 깨졌다”며 “일단 입학한 뒤 일반고로 전학시키겠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20일 시교육청을 방문해 “후기 일반계고 원서접수에 참여하거나 다른 자율고에 지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새 학기 전학생 속출 우려도=이날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학교에는 합격을 취소시켜 달라는 학부모들 요구가 이어졌다. 외고나 자율고 등 전기고에 합격한 학생은 후기 일반계고 지원이 금지돼 있다. 따라서 내년 3월 새학기 이후에 미달 자율고에 입학한 학생들의 전학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280명 모집에 181명이 미달된 동양고도 이날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제형 교감은 “합격 취소를 요구한 학부모들이 많았다”며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겠으니 학부모들이 믿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420명 모집에 147명이 미달된 장훈고 이경복 교장은 “합격생 273명으로 학급당 인원수를 줄여 정상 운영하겠다”며 “어느 학교가 더 잘 가르치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70명이 미달된 경문고 김용기 교감은 “중학교 졸업생 수가 감소하고 있어 신입생 모집 경쟁이 더 치열해지게 됐다”며 걱정했다.

글=박수련·박유미·김민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자율고 추진 일지

2007년 12월 이명박 대선 후보,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공약 제시

2008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이주호 간사), 임기 내 자율고 100개 설립 계획 확정

2009년 8월 교과부, 전국 자율고 25곳 지정

12월 전국 20개 자율고 첫 신입생 모집

2010년 2월 서울 13개 자율고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 부정 합격 파동

3월 전국 20개 자율고 개교

4월 교과부, 기존 자립형 사립고 2곳 등 18개교 추가 지정(총 43개)

6월 자립형 사립고 4곳 등 7개교 추가 지정

12월 3일 서울 26개 자율고 12곳 정원 미달

12월 16~17일 서울 자율고 13곳(1곳은 체육특기자 ) 추가 모집, 최종 9곳 미달

12월 17일  이주호 장관 “미달 자율고 지정유예나 취소 허용”. 서울시교육청 “자율고 지정 취소 승인하겠다”

12월 19일 용문고 “일반고 복귀하겠다” 결정, 합격생 학부모회의 소집. 서울시교육청 “일반고 복귀 불가”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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