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두 배로 캠페인이 오늘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실적인 안으로 '최저임금 5,410원으로', 혹은 '최저임금 1,000원 인상' 캠페인을 진행하는 정당, 단체가 여럿 있지만 한달 100만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을 두 배로 올리고 정부가 나서서 영세사업장 등 불안정노동자의 임금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아래는 최저임금 두 배로 10문 10답이다.
1. 최저임금제도란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의 생활보장을 통해 노동력 재생산과 소득 불평등완화에 국가가 개입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능력을 존속하고 가족을 지속적으로 부양함으로써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이 생존임금, 그리고 생존임금에 더해 자식들의 교육과 최소한의 문화 수준을 누릴 수 있는 수준으로 상승한 임금을 생활임금이라고 부릅니다.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 임금이 노동자의 생활임금이나 생존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1894년 뉴질랜드 정부에 의해 시행되었고 미국이 1938년, 프랑스가 1950년에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최저임금제도는 '공정노동 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을 제정하면서 처음 시행되었는데, 제정 취지를 '남녀 노동자의 노동 노력에 합당한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헌법 제 32조 1항을 통해 노동자 적정임금의 보장을 명시하고 있고, 이에 근거해 최저임금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최저임금법은 1986년에 제정되어 1988년에 처음 시행되었고 2001년 이후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 최저임금 어떻게 책정되나?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 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반영해 노동계-경영계-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요소들 보다 주로 노사간의 줄다리기에 의해 결정됩니다. 경영계가 물가인상률과 관계없이 최저임금 동결 혹은 인하까지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 의해서입니다.
게다가 노사간의 사이에서 중재의 역할을 해야할 공익위원들도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12조“공익위원은 노동부장관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규정에 따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출범 기조로 삼았던 현정부에서 공익위원은 사실상 경영계의 편이라고밖에 볼 수 없고, 실제로도 2009년부터 임명된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협상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3. 한국의 최저임금 실태
지난해 국민총소득(GNI)이 2만759달러를 기록하면서 2만 불 시대에 진입했지만 전체소득 중 노동소득분배율은 59.2%로 전년보다 1.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2011년 적용 최저임금 역시 시급 4,320원, 주 40시간 일할 경우 월 858,990원으로 물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민주노총이 2010년에 진행한 최저임금 적용대상자들의 가계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들은 한달 가계 총수입 1,290,986원 중 1,631,630원을 지출해 매달 340,644원의 적자폭을 내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 1인 노동자 가구 월평균 생계비가 1,428,359원인데 반해 최저임금은 858,990원으로 최저임금이 생계비 대비 60.1%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 해소는 커녕 생활유지 기능도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심지어 현행 최저임금은 최저생계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더구나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충당하는 대학생의 경우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을 12개월로 나누면 약 130만원으로, 주 40시간의 노동을 한다고 해도 최저임금이 평균 월 45만원 가량 모자랍니다. 부모의 도움이나 대출이 없이는 대학을 다니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셈입니다. 이런 현실은 대학생의 자살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4. 최저임금은 제대로 주고 있나?
최저임금이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이라도 다 제대로 주느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최저임금법 제5조 2항에 따르면 “수습사용 중에 있는 자로서 수습사용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자”는 최저임금액에서 10%가 감액되며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에 따라 감시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는 20%가 감액됩니다. 더구나 연장근로가산수당․휴일근로가산수당의 지급의무도 없습니다. 더구나 예외대상에 속하지 않는 경우도 사업자의 회피와 노동부의 관리태만에 의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 수는 2백 만 명을 넘어 전체 임금 노동자의 13%에 달합니다.
5.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최저임금 재조정을
최저임금은 현재까지 소득분배와 생활유지라는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책정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최저임금에 물가인상을 반영하는 식의 “인상”이 아니라, 최저임금 정상화를 위해 “재조정”되어야 합니다. ‘최저임금 두 배로 실천단’은 노동자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최저임금이 시급 8,086원(주 40시간 기준 월 1,689,974원)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액수는 상대적 빈곤선으로 산정한 4인 가족 평균소득(2010년 기준 약 423만원)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사실상 임금노동이 유일한 소득기반인 노동자에게 주 40시간 노동으로 충분한 생활이 가능하게 만드는 기본액수입니다. 또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해야만 하는 대학생들에게 주 25시간으로 등록금과 최소한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금액입니다.
6. 왜 “평균임금”의 50%가 아니라 경상소득의 40%를 주장하나?
현재 한국은 전체소득 중 노동소득분배율이 59.2%에 불과합니다. 노동자 평균임금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노동자 간의 격차는 줄일 수 있으나 지대 등의 40% 이상의 소득에 대비한 소득불평등은 줄이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생활임금을 목적으로 최저임금을 책정한다면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추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균소득의 40%라는 기준은 한국의 빈민단체들이 제시하는 상대적 빈곤선으로, 최저임금의 생활임금화를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기준입니다.
7.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최저임금의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실증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소(EPI: Economic Policy Institut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시간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지 않았으며, 장기적 경제침체에 의한 실업 문제를 최저임금 인상에 돌리고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 경제학자인 로버트 솔로(Robert Solow)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기업들이 임금 부담 증가분을 생산성 증대로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OECD 역시 최저임금과 고용효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영국의 저임금위원회(LPC 2003)는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에 있어 최저임금을 받는 집단에서의 고용 증가율이 평균치를 상회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도 노동부가 의뢰한 2004년 연구용
역보고서는 지난 15년간 최저임금이 청장년층(25~54세), 고령층(55세 이상), 여성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지난 15년간 상용직 임금인상률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8.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자가 태만해질까?
임금인상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일을 덜 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은 지나친 생각입니다. 한국은 오히려 1인 노동자의 노동이 과잉된 상태이며, 반면에 일자리 양은 노동자를 다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업극복과 일자리나누기를 위해서도 노동량을 줄이고 임금을 생활가능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9.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영세사업장은?
원하청간의 불공정 거래와 영세사업장 죽이기 식의 독과점 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영세사업장의 소득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영세사업장의 소득은 주로 대기업들의 횡포와 독점으로 인해 하락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최저임금협상에서는 오히려 대기업들의 방패막이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원청과 하청 노동자, 대기업과 지역사업장의 소득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이라는 한계선의 인상이 필요하며, 여기에 덧붙여 SSM 등에 대한 규제와 적정입찰에 대한 관리, 지역순환경제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관리감독이 필요합니다.
10. 최저임금이 너무 많으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까?
최저임금의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다는 주장은 물가가 이미 해마다 급격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이유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통화를 새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며, 자본과 노동간의 소득비율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양극화를 줄인다고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저소득층의 소비가 늘어나고 고소득층의 소비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현재의 상황이 저소득층이 생필품조차 구입하지 못하고 있고 고소득층은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증명이 됩니다.
또한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한 물가 인상을 걱정하는 것은 거꾸로 된 이야기입니다. 최저임금은 물가인상을 충분히 반영하여 생활가능한 수준으로 책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와 공급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채가 증가하거나 생산이 줄어야 하는데, 부채의 증가는 물가인상의 고통을 최저임금 계층이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이며, 생산의 감소는 최저임금 계층의 해고를 수반합니다. “인플레이션”을 문제삼는 이들은 오히려 이 점을 모른 체 하고 있습니다.
* 사진:
서울 캠페인 사진 by 조영권
부산 캠페인 사진 by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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