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뜻을 함께하는 모든 단위와 개인들에게 연대와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
오늘날 한국의 진보 정치가 혁신과 통합의 기운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기존의 진보 운동이 겪고 있는 위기를 배경으로 한다. 진보 운동이 겪는 위기는 노동유연화와 금융적 수탈을 근간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회귀적인 저항 이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진보 운동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출할 수 있다면, 이러한 위기가 또 다른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진보의 위기와 교차하고 있는 것이 우리 시대의 지배적 체제인 신자유주의의 위기이다. 노동유연화와 금융적 수탈의 신자유주의는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로 시작한 세계 경제 위기로 위기의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낡은 것은 지나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나타나지 않는 국면의 고통을 우리는 겪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사회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은 삶의 불안정이라는 깊은 상처를 냈지만, 이를 치유할 대안은 여전히 부재한 내일의 불안을 우리는 살고 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몰고 온 진짜 위기, 위기의 위기이다.
사회당은 이러한 이중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무엇보다 진보를 재구성해야 하며, 낡은 사고방식과 습관을 버리고, 대안을 중심으로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이런 우리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작은 울림 이상이 아니었으나, 2010년에 있었던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조금씩 퍼지게 되었고, 이제는 진보의 혁신과 통합이라는 큰 흐름으로 이어지는 물결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우리의 바람과 의지가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성사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진정으로 혁신을 통한 새로운 진보정당을 염원하기에 우리는 연석회의가 성사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넘어서 연석회의가 새로운 진보정당의 산파가 되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연석회의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지난 1월 20일 첫 번째 연석회의가 열려 기본적인 합의를 했고, 이를 기반으로 실무회의를 비롯한 다양한 자리와 통로를 통해 대화가 이루어졌음에도, 연석회의가 의미 있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굳이 세세하게 적시할 필요는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징후로, 또 다른 경우에는 실제적인 언사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때, 진보 진영의 일부가 자신만의 시대 인식과 과제,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이익을 위해 혁신을 통한 진보의 재구성보다는 세력의 유지와 재편에 머무르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또한 한편으로 연석회의를 하면서도 판단과 행동의 무게중심이 다른 곳에 가 있기 때문에 연석회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틀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우리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다시 말해 진보적인 가치와 원칙이 흐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보의 혁신과 재구성에서 다음의 몇 가지 의제가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우선 초과착취와 수탈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진보적인 대안 경제의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 다음으로 이런 전망은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사회 집단의 조직화 정치 세력화를 기반이자 목표로 삼아야 한다. 끝으로 이 모든 과제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소통과 상생의 윤리를 원리이자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런 의제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진보의 전망이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경제, 모두가 참여하는 모두의 나라, 자연과의 공존, 평화와 상생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금융 자본을 통제하고, 투기불로소득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 다시 말해 노동이 사회구성원 모두의 안정된 삶의 기반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것도, 기본소득을 통해 동등한 자격에 입각한 사회구성원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삶을 보장하자는 것도,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비롯한 무분별한 자연 파괴의 토건 자본에 반대하는 것도, 핵무기 개발과 무력 충돌을 준엄하게 규탄하는 것도, 인류 보편적인 민주주의에 반하는 모든 정치 체제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모두 이런 새로운 진보의 전망에 따른 것이다.
우리가 연석회의 등을 통해 진보의 혁신 속에서 함께 나누고 이루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전망과 의제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연석회의 등을 통해 이런 전망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확산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편 우리는 연석회의가 아직까지 내용 있게 진행되지 못한 이유가 불가피하게 기존 진보 진영 내부의 세력 관계에 있다고 본다. 물론 현재의 자원을 가지고 미래를 엿보는 진보에게 이런 난점은 언제나 있었던 것이지만, 이는 항상 진지하고 원칙 있는 일부와 대중의 힘에 의해 극복되었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을 위해 진지하고 원칙 있는 개인과 집단의 새로운 형성이 연석회의 안팎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럴 경우에만 기존의 세력 관계를 넘어서서 연석회의 자체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으며, 새로운 진보정당을 실질적으로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결의라는 매듭은 지나온 길과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함으로써 나아갈 길을 여는 표지판의 역할을 한다. 오늘 우리는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라는 대위법적 구성이 보이는 시끄러운 불협화음과 작은 소리를 넘어서서 새로운 총보(總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잡고자 한다. 또한 그러한 총보가 제대로 만들어지기 위해 새로운 진보의 전망과 원칙을 공유하는 화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하고자 한다.
2011년 3월 13일
사회당 중앙집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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