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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본소득 선언에 동참한 공부방 학부모 이야기

신희철0 2010. 5. 3. 17:37

 

 

 

기본소득 선언에 동참한 공부방 학부모 이야기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기초생활 보장 수급을 문의해온 공부방 학부모님이 계시다. 아이들 셋과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데 두 분 다 젊고 일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 수급 상담 때마다 탈락하기 일쑤다. 아이들 아빠는 건설일용직 노동자이고 엄마는 노점상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아빠는 일을 나가지 못하고 쉬는 날이 부쩍 늘었고 엄마는 빚을 내어 규격화노점을 받았으나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로 노점이 있던 곳이 파헤쳐져 임시방편으로 옆 건물 사유지에서 장사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젊다는 이유로, 일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만날 때마다 답답해하는 이 부모님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도 중학교에 다닐 정도로 다 커 가는데 낡은 집에서 이사 갈 염두도 못 내고 있다.

 

시행 10년째를 맞이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활이 어려운 자의 최저생활 보장과 자활을 위해” 시행되었다. 국민 모두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를 국가가 보장해야한다고 명시한 법이다. 그러나 일할 능력이 있다고 간주되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자활사업에 참여해야만 기초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국민들을 방치하고 있다. 2009년 3월, 기획재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는 무려 410만 명에 달한다. 이마저도 최저생계비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어 현물급여 떼이고 뭐 떼이고 하면 그야말로 최저생활도 보장받지 못한다. 이에 상대적 빈곤선을 중위소득 40% 이상으로 정하고 최저생계비 현실화, 지역별/가구별 특성을 반영하여 보장하라고 요구해왔지만 MB 정부 들어 더욱더 요원해지고 있다. 노동을 강제하고 선별적 무료급식의 문제처럼 일부만을 선별해내어 최저생활만 보장하겠다는 국민기초생활제도의 근간은 꿈쩍도 않고 있다. 오히려 근로능력 판정기준이라는 것을 만들어 작심삼일 하거나 냄새가 나거나 하는 사람을 추려 근로무능력자로 판정하라 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이 제도가 더욱더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사회적 양극화를 확대하는 기재로 전락하고 있다.

 

기본소득지지 선언을 제안했을 때 이 학부모님은 흔쾌히 응했다. 국민 모두에게 어떤 심사나 강제 없이 충분한 소득을 지급한다는 기본소득의 취지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처럼 국민 모두에게 일정정도 이상의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부자들의 반감도 덜뿐더러 부자들에 비해 중산층 이하 국민들에겐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차비가 없어 먼 거리를 걸어 다녀야 하거나 공부방에 오길 포기하는 청소년이 없을 것이다. 참고서가 없어서 친구들에게 어렵게 빌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장난감 사 달라고 우는 동생을 보며 괜히 장난감 있는 다른 친구의 동생을 시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갈수록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과 기본소득의 도입은 ‘현재’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영유아 혹은 청소년, 장애인, 노인 기본소득이 공약으로 발표되고 있지만 ‘충분한 기본소득’은 되지 못하고 이후를 위한 ‘부분적 기본소득’으로 1인 월 20만원이 제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MB 정부의 부자감세로 인한 사회복지 예산의 대폭 삭감 여파도 있고 열악한 지방정부 재정구조도 문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을 외치는 이들과 기본소득을 외치는 이들이 조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