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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전교조 선생님이 계셨다면

신희철0 2010. 4. 6. 11:44

 

 

'나에게도 전교조 선생님이 계셨다면...'

서울 성북에서 공부방을 꾸리면서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평등교육실현성북연대>에서 함께 활동하시던 전교조 선생님들을 만나면서부터다. 입시 보다는 학생들의 진로, 미래, 문화를 걱정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의 학창시절 선생님들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가로젓곤 한다.

 

내 마음 한구석에 상처로 남아 있는 선생님들이 몇분 계시다. 시험성적 90점이 넘은 친구들을 다른 친구들 앞에 불러내서 안아주시던 선생님이 계셨다. 그중엔 나도 있었다. 당시에는 왠지 우쭐해졌지만 어른이 되어 돌아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책상에 앉아 있던 친구들이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고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어버리고 싶다. 이런 선생님도 계셨다. 4학년이던 우리들 전체를 혼내신다면서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신 선생님이 짝꿍과 마주보라고 하셨다. 우리는 영문을 몰라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선생님은... 짝꿍의 뺨을 서로 치라고 하셨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찰싹', '찰싹' 서로 뺨을 때리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짝꿍이 세게 때렸다고 더 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참담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런 식의 전체 기합은 일제시대에 일본 교사가 조선 학생들을 혼냈던 방법이라고 한다.

 

나에게도 전교조 선생님이 계셨다면...

중고등학교 시절을 마냥 입시 공부만 하면서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떠올려보려고 해도 중고등학교 시절 추억이 없다. 저녁만 되면 상위권 학생들이 따로 두 교실에 들어가서 보충수업을 하고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귀가했던 기억 뿐이다. 친구들은 경쟁 상대일 뿐이었고 시기의 대상일 뿐이었다. 진로에 대해 제대로 고민할 기회도, 이야기해주시는 선생님도 없었다. 아는 게 없으니 친척들 말만 듣고 대학 전공을 정했다. 결국 나는 대학에 들어가 공부에 흥미를 못느끼고 6년만에 학교를 포기하게 되었다.

 

요즘 북부지역교육희망네트워크에 운영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평등교육실현성북연대>때와 마찬가지로 이땅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분들, 특히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다. 어제는 성북에서 <작은문화공동체 '다솔'>의 대표로 계신 고춘식 선생님을 뵈었는데 겸손함, 배려, 온화함이 절로 느껴지는 분이었다. 한성여중 교장을 역임하고 평교사로 활동하시다가 지금은 정년퇴임하셨지만 여전히 청소년, 교육에 대해 잊지 않고 계시고 최근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교육위원 선거(성북,강북,종로,중구)에 출마하시기로 결심하셨다고 한다. 힘이 되어 드리고 싶다. 어제 이야기하신 것 처럼 무리하진 않되 굵직한 활동을 기대해본다.

 

나에게도 전교조 선생님이 계셨다면 어땠을까?

 

나, 너, 우리 교육의 열네 가지 비겁들(고춘식)